
나는 6년째 퍼블리셔로 일하고 있다. 사실 퍼블리셔는 개발자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직군이다. 흔히 개발하면 서버나 DB를 다루는 백엔드 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 회사에서도 개발자=백엔드 담당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나는 개발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웹을 구현하는 건 재밌지만 거기까지. 인간으로 치면 뼈대를 만들고 피부를 씌워 이것저것 꾸미는 건 재밌지만 장기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는 흥미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프론트엔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심이 생겼으나 여전히 개발이라는 것이 큰 벽으로 느껴져 망설이고 있을 무렵 chatGPT가 나타났다. 가뜩이나 변화가 빠른 프론트업계, 아무리 공부해봤자 컴퓨터의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뇌. 이런 환경에서 내가 개발을 배울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한 세미나에서 강사님이 말했다.
막연히 코드를 쓰는 건 컴퓨터가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인간인 우리는 WHY를 떠올려야 해요.
'왜' 개발을 해야할까? '왜' 이 기능을 구현해야하고 '왜' 이 알고리즘을 써야할까? 개발자로서의 성장은 본인이 가진 의문을 해결하면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좋은 개발이란 뭘까? 내 답은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코드' 이다. 보통 유지보수가 쉬운 코드를 좋은(good) 코드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건 개발자에게 초점을 맞춘 생각이다. 나는 개발이란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굳이 왜 이렇게 해야하지?' 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다르게 보였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좋은 코드'의 중심을 개발자(나)에게 뒀을때는 깔끔한 코드를 짜는 일이 '미래의 내가 고생하기 vs 지금의 내가 고생하기' 로 여겨졌다. 어차피 고생하는게 둘 다 나라면 뭘 선택해도 상관없지 않나? 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당장 손이 덜 가는 방식으로 작업 했다가 후에 땜빵용 코드가 덕지덕지 붙은 누더기 같은 코드를 만들곤 했다. 대표적인 일화로 몇 년전 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며 modal을 연결할 때가 있었다. 당시 기획서에는 분명 모든 팝업에 버튼이 'comfirm' 하나 뿐이었지만 내심 예상은 했다. 분명 버튼이 두 개, 세 개까지 필요한 팝업이 생길거라고. 아니나다를까, 프로젝트 진행중 글을 수정/삭제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고 팝업의 버튼 역시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히 창을 닫는 'comfirm' 모달과 다음 기능이 있는 'delete', 'modify' 모달은 셋팅이 달랐다. 부끄럽게도 그때 내가 선택한 방식은 기존의 모달을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고치는 게 아닌 comfirm 용과 기능 동작용 모달을 따로 만든것이었다. 그 결과 한 페이지에 모달 컴포넌트가 여러개 존재하게 되었고, 값을 여러번 주고받다보니 종종 팝업이 넘어가는데 1초 정도의 딜레이가 발생했으나 그때의 난 이렇게 생각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뭘. 기존에 해놓은거 뜯어고치는데 시간 들이느니 어쩌다 한 번 느린게 낫지. 심지어 겨우 1초잖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마음가짐이지만 내가 좋은 개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저랬을 것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는데 솔직히 나는 살던대로 살아도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성격이라 문제다. 그래서인지 '나의 발전을 위해' 라고 생각했을 땐 그저 프론트엔드 업계의 변화가 버겁게만 느껴졌는데, 이걸 내 짐이 늘어나는게 아닌 '사용자에게 더 편한길을 제공할 옵션의 증가' 로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개발의 본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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