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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좋은 개발이란 뭘까?

by 반류연 2025. 3. 5.

 

 

나는 6년째 퍼블리셔로 일하고 있다. 사실 퍼블리셔는 개발자라고 하기엔 조금 애매한 직군이다. 흔히 개발하면 서버나 DB를 다루는 백엔드 쪽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우리 회사에서도 개발자=백엔드 담당자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동안 나는 개발쪽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웹을 구현하는 건 재밌지만 거기까지. 인간으로 치면 뼈대를 만들고 피부를 씌워 이것저것 꾸미는 건 재밌지만 장기를 움직이게 만드는 데에는 흥미가 없었다.

 

시간이 흘러 프론트엔드가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점점 늘어나기 시작했다. 관심이 생겼으나 여전히 개발이라는 것이 큰 벽으로 느껴져 망설이고 있을 무렵 chatGPT가 나타났다. 가뜩이나 변화가 빠른 프론트업계, 아무리 공부해봤자 컴퓨터의 업데이트 속도를 따라갈 수 없는 인간의 뇌. 이런 환경에서 내가 개발을 배울 의미가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던 중 한 세미나에서 강사님이 말했다. 

막연히 코드를 쓰는 건 컴퓨터가 할 수 있어요. 그러니 인간인 우리는 WHY를 떠올려야 해요. 

 

 

'왜' 개발을 해야할까? '왜' 이 기능을 구현해야하고 '왜' 이 알고리즘을 써야할까? 개발자로서의 성장은 본인이 가진 의문을 해결하면서 이루어지는 거라는 말이 가슴에 박혔다. 

 

그래서 생각해봤다. 좋은 개발이란 뭘까? 내 답은 '사용자에게 좋은 경험을 주는 코드' 이다. 보통 유지보수가 쉬운 코드를 좋은(good) 코드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건 개발자에게 초점을 맞춘 생각이다. 나는 개발이란 궁극적으로 사용자를 위한 것이라 생각했고, 이렇게 생각하니 그동안 '굳이 왜 이렇게 해야하지?' 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들이 다르게 보였다. 

 

프로젝트를 하다보면 늘 시간이 부족하다. '좋은 코드'의 중심을 개발자(나)에게 뒀을때는 깔끔한 코드를 짜는 일이 '미래의 내가 고생하기 vs 지금의 내가 고생하기' 로 여겨졌다. 어차피 고생하는게 둘 다 나라면 뭘 선택해도 상관없지 않나? 란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당장 손이 덜 가는 방식으로 작업 했다가 후에 땜빵용 코드가 덕지덕지 붙은 누더기 같은 코드를 만들곤 했다. 대표적인 일화로 몇 년전 한 회사 홈페이지를 만들며 modal을 연결할 때가 있었다. 당시 기획서에는 분명 모든 팝업에 버튼이 'comfirm' 하나 뿐이었지만 내심 예상은 했다. 분명 버튼이 두 개, 세 개까지 필요한 팝업이 생길거라고. 아니나다를까, 프로젝트 진행중 글을 수정/삭제 하는 기능이 추가되었고 팝업의 버튼 역시 늘어났다. 하지만 단순히 창을 닫는 'comfirm' 모달과 다음 기능이 있는 'delete', 'modify' 모달은 셋팅이 달랐다. 부끄럽게도 그때 내가 선택한 방식은 기존의 모달을 범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게 고치는 게 아닌 comfirm 용과 기능 동작용 모달을 따로 만든것이었다. 그 결과 한 페이지에 모달 컴포넌트가 여러개 존재하게 되었고, 값을 여러번 주고받다보니 종종 팝업이 넘어가는데 1초 정도의 딜레이가 발생했으나 그때의 난 이렇게 생각했다. 자주 있는 일도 아닌데 뭘. 기존에 해놓은거 뜯어고치는데 시간 들이느니 어쩌다 한 번 느린게 낫지. 심지어 겨우 1초잖아? 

 

지금 생각하면 정말 한심한 마음가짐이지만 내가 좋은 개발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면 아마 계속 저랬을 것이다. 게으른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서 더 효율적인 방법을 추구한다는데 솔직히 나는 살던대로 살아도 크게 불편함을 못 느끼는 성격이라 문제다. 그래서인지 '나의 발전을 위해' 라고 생각했을 땐 그저 프론트엔드 업계의 변화가 버겁게만 느껴졌는데, 이걸 내 짐이 늘어나는게 아닌 '사용자에게 더 편한길을 제공할 옵션의 증가' 로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다. 사용자에게 편리함을 제공하여 궁극적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만들어내는 것. 이것이 개발의 본질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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